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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면 헛디딘다···늦더라도 함께 가자

기사승인 2021.01.04  11:2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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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재형본지 고문

前 대한언론인회 회장

한국일보 사우회장

장영실기념사업회 회장

반가운 사람 만날 때면 주먹으로 주먹을 툭! 친다. 권투식 공격적 인사법이다. 손을 꽉 맞잡거나 포옹하면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갖다 준 새로운 인사 풍속도다.
세상 많이 변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기 쉽다. 이른 아침에 잠을 깨면 신문 보고, 세수하고, 조반 먹고, 출근길에 나서는 것이 통상 일정이다.
헌데 ‘COVID19’-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헤집어 놓은 지 근 1년이 지나가는 동안 ‘거주 이전의 지유’가 변질됐다.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손 씻기와 소독에 반드시 마스크 쓰고 2m ‘사회적 거리’를 두고 이동해야 한다.
사무실에 출근 않고도 집에서 화상회의로 일하고 보고·지시하면 된다. 월급은 온라인으로 받는다. 스승이나 학생도 집에 앉아서 핸드폰이나 컴퓨터로 배우고 가르친다.
매우 편리한 것 같으나 일상생활에 활기는 사라지고 세상살이가 ‘올 스톱’ 된 느낌이다. 동료끼리 전화하면 ‘방콕(방에 콕 처박힘) 생활에 미칠 지경’이란 비명소리를 듣게 된다.
중국 우한에서 번졌다는 코로나가 유입된 지 11개월 만에 약 500명 가까이 죽었다. 독감으로 눈을 감은 사람도 적지 않고 하루에 38명씩이나 자살하는가 하면, 사고나 신병으로 장례식장 거쳐가는 이가 자꾸만 늘어가니 저출산 풍조와 맞물려 인구는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와중에도 웃기는 일이 없지도 않았다. 10월 10일 깜깜 어두운 평양 거리를 횃불로 밝힌 군사 퍼레이드-신생 핵미사일(ICBM)을 앞세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행사! ‘27,390여 일의 빛나는 역사’라고 자랑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그러니까 평생 처음 보는 희한한 박수와 함성이 새벽 밝기를 재촉했다.
국경일인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의 잇따른 반(反)정부 태극기 군중집회를 원천 봉쇄한 광화문의 경찰 방벽과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오버랩되면서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구나” 저절로 홍소(哄笑)가 터져 나왔다.

■ 민생 위한 정책이 되레 발목 잡는 역풍
코로나 때문에 주름진 민생고를 달래준답시고 평생 처음 거저 주는 생활지원금 30만 원, 60만 원을 받아 고구마 사 먹고 우유 마시는 기분 썩 나쁘진 않았지만 곰곰 생각하니 ‘달콤한 독약’ 같이 느껴짐은 어찜인고?
후손들에게 떠넘기는 ‘채무증서’가 될 것인 줄 짐작하니 가슴이 메어진다. 민초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듯 ‘티끌인생’을 뜻하는 진인(塵人) 조은산이 예절 갖춰 올린 시무칠조(時務七條) 상소문과 무명옷 농사꾼 차림의 마당쇠가 덩달아 낸 상소문이 한더위에 냉수 같은 청량감을 주었다.
그러나 전하(殿下)의 명쾌한 비답(批答)이 전혀 없으니 허공에 개 짖는 소리, 곧 상민(常民)의 헛소리로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것 같다.
기업을 손질한다고 내놓는 개혁·개선책은 ‘장사 못해 먹겠다’는 비명을 빚어낸다. 집값과 전세·월세 값을 안정시킨다고 2~3차례나 거듭 발표한 국토부 정책은 되레 집값·방값만 올려놓았다.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버려둠만 같지 못하다는 비아냥이 거세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파트는 낡아져서 값이 내려가야 하는데 당국이 건드릴수록 값이 치솟으니 ‘감가상각’이란 단어는 경제학사전 속에 숨어버렸나?
이렇듯 답답한 상황 속에서도 청풍 같은 뉴스가 간간이 들려온다. 10월 9일 파리 공군비행장에서는 ‘마지막 프랑스인 인질’ 소피 페트로냉(75, 여)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환영을 받으며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는 소식이다.
그녀는 4년 전 말리 이슬람 무장 세력에 납치, 고생하다가 프랑스 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이날 풀려난 것이다. 외신은 ‘국민 한 사람의 목숨도 소홀히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마크롱을 칭송하였다.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 본다. 1976년 8월 18일 그 유명한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 가지를 자르던 미군 장교 2명이 북한군의 도끼와 총에 맞아 죽은 사건.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바렛 중위가 전사했다. 김일성의 ‘유감’ 표명으로 응징보복작전은 전쟁 일보직전에 멈춰졌다.
2008년 7월 금강산을 구경 갔던 박왕자 씨는 해금강 바닷가에서 북한군 총에 맞아 비명횡사했다.
2015년 방북했던 미국 버지니아대학생 오토 웜비어 군은 2017년 초 식물인간이 된 채 풀려났으니 귀국 후 고문 후유증으로 일주일 만에 죽었다.

■ 우리 정부 호의에 대답 없이 침묵하는 평양
2020년 9월 22일 서해 NLL 근방 해상 근무 중이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47세) 씨는 38시간 물결에 쓸려간 나머지 북한군에 붙들려 6시간 신문 끝에 총살, 기름 뿌려 화형, 수장됐다.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뒤늦게 놀랜 정부는 군함으로, 비행기로 여러 날 서해 바다를 뒤졌으나 유해·유품을 찾지 못했다.
어린 아들은 대통령께 올리는 편지로 ‘아버지를 찾아 주세요’라고 청원하고, 친형 이래성 씨는 동생의 사인이 추락, 실족, 납치, 수영, 표류, 월북인지 소상히 밝혀서 궁금증을 풀어달라고 공개 질문했다.
사건 발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UN총회 화상 연설을 통하여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등 평화타령에 아카펠라를 관람하다가 9월 28일에야 ‘가슴 아프다’고 한마디 했다는 것이다.
이를 보는 백성들의 마음을 무엇이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프랑스 대통령의 처신과는 너무 다르다는 논평이다. 왜 ‘즉각 돌려보내라’고 한마디 안 했을까?
야당(국민의 힘)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이라고 비판,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문책하고 있다.
비무장 민간인을 총살하고 개성공단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못된 짓을 연거푸 저지르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북한 정권.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심야 군사 퍼레이드 끝에 “남조선 동포와 손잡는 날을 기대한다”는 김정은 연설에 반색하는 이인영 통일부장관.
경제적 제재, 코로나 방역, 태풍 수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북한 동포를 인도적 차원에서 돕겠다고 하는 우리 정부의 호의에 대답 없이 침묵하는 평양 당국.
깜깜이 군사 열병식에서 북쪽이 보여준 것은 대한민국과 우방국을 겨냥,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ICBM)이었다.
입으로는 ‘평화’를 노래하면서도 겉으로는 ‘전쟁준비 완료태세’를 과시하고 ‘핵 절대 사수’를 은근히 표방하는 김정은 독재공화국의 이중성을 누가 어찌 믿겠는가?
1910년 임금 순종이 ‘한·일합방조약’에 옥새를 찍어 국권을 상실하기 전에는 반도 삼천리강토에 ‘대한제국’ 한 나라가 500년 사직을 지켜 왔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자유·공산 진영의 대립과 약육강식의 국제정세로 말미암아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갈라진 남북은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UN 회원국가로 동시 가입했지만 언젠가는 하나로 뭉쳐질 것이다.
결코 서둘 건 없다. ‘급하거든 돌아가라’는 독일 속담이 생각난다. 이스라엘은 세계 열방으로 흩어진 ‘디아스포라’가 된 지 2000년 만에 고토에 귀환, 1948년 독립했다.
폐쇄된 ‘평양궁전’을 자유세계에 개방하도록 시간을 두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좋겠다. 뭐가 꿇리나? 어째서 머리를 수그리나?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우뚝 선 선진국이다.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성급하게 서둘면 헛디디기 쉽다.
갈라진 남북이 서로 행복하게 잘 살기 경쟁을 하다가 때가 이르면 자연스럽게 합쳐질 날이 올 것이다.
더디더라도 서로 손잡고 얼싸안을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높이 날고 멀리 보자. 언젠가 같은 핏줄은 하나로 뭉치게 되어있다.

■ ‘원(怨)의 정치’에서 ‘원(願)의 정치’로 진로 바꿔야…
지난 10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2회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소리 문자 ‘한글’이 1등 금메달을 차지했다(2등 인도 텔루구, 3등 영어 알파벳).
대한민국은 8·15해방 후 70여 년만에 ‘얻어먹던 나라에서 도와주는 나라’로 발전했다. 북한보다 45배나 더 잘 산다.
조선 1등국, 자동차 4대강국, 반도체 1등국, 휴대폰·냉장고·TV·세탁기 모두 1등국이다. 주식품인 쌀이 창고에 넘치고, 고속도로가 34개로 온 나라가 1일 생활권이다.
기능올림픽에서 10년 계속 세계 1등을 차지했다. 인천국제공항은 9년 연속 세계 1등이며, 지하철도 세계 1등으로 65세 이상 노인들은 공짜로 타는 ‘지공세대’다.
아파트 보급률 102%, 원자력 발전 기술과 초음속 전투기를 수출한다. 이 밖에도 모자, 헬멧, 지문인식기, 문자 열쇠, 내비게이션, CCTV, LED 조명··· 국산 162개 상품이 세계 으뜸 상품으로 지구촌에 팔린다.
자연과학, 생명과학 NANO 천체 물리학, 독감백신, 코로나 백신 연구 등으로 머지않아 노벨 과학상도 받게 될 날이 다가온다.
현택환 교수는 2020년도 노벨 화학상 후보로 물망에 올랐었다. 우리는 박수갈채를 보내 격려했다.
늦었다고 한숨짓는 때가 가장 이른 때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시위에 힘입어 다수 국민이 뽑은 국가원수이다.
거짓말 많이 한다고 야당은 비판하지만 인기 만회의 찬스는 아직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장계를 올리고 전세를 역전, 노량대첩으로 승리를 거두지 않았던가!
원(怨)의 정치에서 원(願)의 정치로 진로를 바꾸면 된다. 썩은 살은 과감히 도려내야 새살이 돋는다.
아첨배와 복지부동, 면종복배하는 관리는 솎아내고, 숨은 인재를 발굴, 등용하면 국면은 반전될 것이다.
삼고초려의 인재등용이 선거공약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광화문 정부 청사에서 집무하고 퇴근길엔 민초와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겠다고 말했었다.
윗분의 말이 헤프면 아랫사람의 말도 방정맞기 쉽다. 너도 나도 말하면 중구난방이다. 보좌관이나 비서는 본래 입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 대변인’의 존재 위상이 돋보일 것이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이수혁 주미대사, 박능후 복지부장관의 말은 대통령급 발언으로 들렸다. 분수 없이 입 놀리면 푼수가 되는 법이다.
넬슨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정신, 라몬 막사이사이의 멸사봉공 개혁사상은 만인이 좋게 보는 아이콘(聖像)이 아니던가! 이분들의 치도를 본받으면 틀림없이 박수 받을 것이다.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백성들은 말이 없어도 속으로 생각은 한다. 조국·추미애 전·현직 법무장관의 귀걸이 코걸이식 법치관, 대통령의 말씀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건드렸다가 코너에 몰리는 듯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길, 월성1호기 원자력 발전소 감사보고 문제 등으로 화제에 오른 최재형 감사원장의 뚝심을 보고 백성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문득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의 치맛자락, 진시황의 만리장성, 알프스를 넘고도 깨닫지 못하는 나폴레옹, “빈손을 관(棺) 밖에 내보이라”고 한 알렉산더 대왕의 유언 등이 주마등 같이 스쳐간다.
나물 먹고 물 마셔도 격양가를 부른 요순 시대의 백성이 무척 부럽다. 세계 최고·최상인 대한민국의 복지를 누리면서도 ‘나랏님’을 욕하고 공산주의를 사모하는 부류의 속마음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이 듣고 깊이 생각하여 결론만 말하면 현군(賢君)이 되리라.
역지사지 할 줄 알면 지혜로운 리더십을 지녔다 볼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존감에서 나온 신념과 의지로 설계하고 관용과 협치로 항행하는 뱃사공은 성공의 포구에서 달콤한 미소를 지을 것이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거저도 없다. 심은 대로 거두리라. 박수칠 때 퇴장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하리라.
옛 시조 한 수를 덧붙이며 글을 끝맺는다. “공명을 즐겨마라 영욕이 반이로다 / 부귀를 탐치마라 위기를 밟느니라 / 우리는 한가한 몸이니 꺼릴 것이 없어라.”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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