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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는 창가에서

기사승인 2019.09.16  09: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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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복내(해병 220기)해병대 충남연합회 이사숲해설가·유아숲지도사·숲길체험지도사

기승스럽게 심술을 부리던 더위도 이제 삼복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그 기세가 한풀 꺾이는 것 같다.
보기 나름일지는 모르겠으나 길가는 행인의 내몰아쉬는 숨소리도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고 나무그늘에 앉아서 할딱거리는 개의 혓바닥 길이도 얼마간 짧아진 듯하니 말이다.
고운 모래밭의 요사스런 유혹에 끌렸음인지 한여름의 바캉스를 즐기려는 그 많은 선남선녀들이 꾸역꾸역 잘도 몰려들더니만 무슨 재미를 얼마나 또 어떻게 많이들 보셨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긴 하나 숱한 여운과 화재들을 남겨놓고 제각기 보따리를 싸기에 바쁜 것도 같다.
해수욕장은 역시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놀이터로서의 면목을 보여줄 뿐이지 나같이 이미 노년이라는 쓴잔을 거부 할 수 없는 누루꾸루미 한 황혼 인데야 어쩌랴.
그렇지만 세속이야 자유의 물결을 따라서 선진국의 문턱을 넘보게 되어서 경제사정이 제법 윤택해진 덕택에 바캉슨지 무언지 안가면 벌이라도 받을까 싶어 열심히 레저를 즐기는 생활로 변해가고 있다.
여름철이 지나서 혹 타관 친지들이라도 만나면 으레 “여름에 해수욕 많이 했겠네 그려” 부러운 듯이 농담조의 인사를 받게 되면 “암! 지척인데 뭘! 해수욕하고 생선회에 목에 때를 좀 벗겼지!” 어쩌고 하면서 호기나 떨다보면 진짜 한 것 같기도 한 느낌에 아리송한 기분이 되면서 엄벙덤벙 지나간 것이 아마도 그렇게나 됐나보다.
아무튼 2019년의 여름도 이제 여운을 남긴 채 떠나려 한다.
창가에 기대앉아 물끄러미 밖을 쳐다보려니 전선에 앉은 제비 때가 인상적이고 길 잃은 쌀 매미 한 놈이 길옆 프라타 나무 위에서 맴맴맴- 청아하게 가을이 다가 옴을 읊조리고 있다.
어차피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틀림없이 오는 것, 이제 가을이 저 만치서 노크를 하고 다가서게 되더니 멀어졌던 일 년이 그리워서도 이제 우리는 반가이 받아 들여야 하지 않겠나.
아침저녁으로 찾아드는 서늘한 미풍이 가을의 서장인양 살갗에 시원하여지면 풀어 해 친 옷깃을 다시 얌전히 여미어야 하겠다.
휘영청 밝은 달이 창공에 물든 화려하고 쟁반만큼 둥글게 되면 풍요한 오곡백과의 선물을 함빡 가슴에 안고 단풍 곱게 아름다운 성장과 더불어 그윽한 국화향기로 단장한 가을이 관음보살인 양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우리의 곁에 사뿐 찾아오리니 비록 포악스럽던 더위의 매질에 단련 받을 심신일망정 아! 어찌 우리의 귀뚜라미 가냘픈 풍악을 은은한 신방에 맞아들여 새로 빚은 호박색 술로 얼근히 취하지 않고 견디리.
찾아오는 손님을 맞아 대접하여 그와 더불어 완전한 나의 가을로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내 흥겨울 파티에 소요되는 모든 것이야 어쭙잖은 인간의 잔 솜씨를 부리기보다는 오시는 손님께서 만반 갖추어 오는 데로 받아들이기만 하기에도 감당 못하게 풍성할 것이어 늘, 다만 나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수정 알 같이 청정한 가을 물에 못지않게 마음부터 맑게 씻고 명랑한 달빛에 견줄 마음의 거울을 말끔히 닦아서 그동안 흐려졌던 티끌일랑 대청소를 해버릴 영단을 내릴 것이다.
유리창 밖의 오가는 표정들은 많은 사람들의 말을 빌려 어렵다는 체감경기 때문인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얻어맞은 것만치나 어리둥절 하는 것 같다.
그러나 환경에 순응 할 줄 알고 양같이 어진 속성들을 지녔기에 멀지 않아서 곧 되돌아서게 되리라 믿으니 걱정 할 것 없다.
한 겹 창안에 도사리고 앉아있는 나도 세상 잡소리가 자꾸 귀에 거슬려 신경을 건드리긴 하나 가을 신부를 맞기 위해 안간힘이라도 써야 할 채비를 마련 중이라, 되고 안 되고야 미리 촌탁할게 아닌 성싶어 세월의 너그러운 유동성에 그저 맡겨 둘까 한다.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저작권자 © 무적해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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