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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풀어 쓴 독립정신》 -이승만 저-

기사승인 2020.09.15  12: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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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4년 이승만 저 《독립정신》을 현대문으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현대문으로 출판한 《독립정신》 청미디어, 2008.

■ 들어가는 말
1904년 한성감옥에서 집필한 옥중서가 1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때의 나라사정이 어쩌면 오늘의 대한민국일 수도 있다고 염려하는 국민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古典) 중 고전이요 명저 중 명저다. 이승만은 한글로 집필하여 2천만 동포가 다 읽어 독립정신을 깨닫게 하여 나라를 건지길 원했다. 
청년 이승만은 116년 전인 1904년 한성감옥에서 《독립정신》을 저술했다. 당시 구한말 감옥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다.
이승만은 “종이와 연필을 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감방의 거적때기 밑에 원고를 숨겨가며 글을 쓴 것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온 것이 참으로 기막힌 일”이라 했다. 이 원고는 1905년, 독립투사 박용만이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미국으로 가져와 미국 각처의 동포들이 철도 노동과 농장에서 일하여 번 돈을 모아 1910년 미국에서 어렵게 출판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수치나 상황의 제시는 집필 당시 참고 서적을 쉽게 구해 볼 입장도 아니었는데 그 당시 세계정세가 무엇인지?, 지구가 뭔지?, 서양 문명이 어떤 것인지?, 우리민족이 나아가야 할 좌표가 무엇인지?, 등 은둔의 나라 청년 이승만이 단지 배재학당 2년밖에 신학문을 접한 것이 전부였는데 그 내용은 동서양을 넘나들며 정치·외교·과학·역사 등을 종횡무진하고 있다는 것에 실로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 집필 당시 시대 상황
이 책 집필당시 시대 상황은 19세기에 들어와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이 벌어지고 있을 때다. 청·일·러의 각축장인 한반도는 1894~95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개화를 통해 재빠르게 세계열강에 합류했고  오랜 쇄국정책으로 세계정세에 눈이 어두웠던 우리나라는 나라의 이권까지 외세에 넘기면서 고루한 양반계급들은 권력만 유지에만 급급했다.

※ 이승만 출생 당시 시대적 배경
이승만이 태어난 1875년을 중심으로 미·영·일·러 등 신문명국가들은 은둔의 나라 조선을 향해 위협과 문울 열라고 하는 역사적 사건과 국내적으로 내홍을 겪는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 시대적 상황
[1876년] 명치유신을 통하여 일본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이 군함 운양호를 앞세워 강화도를 침범하여 위협을 하는 환경에서 강화도조약 체결
[1882년] 조선에 대한 일본의 영향을 두려워 한 청나라가 미국을 끌어들여 조·미(朝·美)수호통상조약을 체결
[1882년] 구식 군대의 반란인 임오군란
[1884년] 친일 개화파의 쿠데타 갑신정변
[1885년] 영국함대의 거문도 점령
[1894년] 외세와 탐관오리를 추방키 위한 농민봉기, 동학란
[1895년]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
[1896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한 아관파천

■ 경제적 상황
1880년대 말 조선은 인천, 부산, 원산 3대 개항장이 무역의 중심이었다. 그곳에서 이루어진 거래가 조선의 경제를 좌우하고 있었다. 수출의 90%가 일본으로 갔고, 수입품의 50%가 일본으로부터 왔으며 3대 개항지 258개 업소 중 일본인 소유가 80%이상인 210개로 일본 상인의 수탈이 얼마나 심했는가를 알 수 있으며 그로 인하여 백성들의 삶이 형편없었다. 이것들이 주 원인이 되어 동학란, 외세배격운동이 벌어졌다.

■ 이승만 탄생과 성장과정
이승만은 아버지 이경선의 대까지 5대가 독자(獨子)로 내려온 손(孫)이 귀한 집안에서 어머니가 40이 넘어 낳은 독자였다. 위로는 딸 둘이 있었지만…. 1875년 3월26일, 어머니가 용꿈을 꾸고 태어났다 하여 아명은 승룡(乘龍)이었다. 이승만은 양영대군(讓寧大君)의 17대 후손으로 양반가의 후예로 태어났지만 물질과는 거리가 먼 선비사상을 가진 부친 이경선(李敬善,1837~1913)은 오래전에 가세가 기울었지만 양반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관습 때문에 가정경제는 무능했었다. 어머니 김해김씨는 아들 숭룡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네 아버지께서는 여자나 노름엔 눈길 한번 안주는 분이지만 친구분들의 교유를 위해서라면 세상이라도 내주실 양반이다” 당시 양반 집안에는 사랑방이 있어 항상 빈객들을 대접해야만 했다. 이경선은 당대 양반들과 마찬가지로 족보와 풍수지리에 심취하였고 24권짜리 족보를 뒤적이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어릴 때 아버지와 친구 분들이 족보나 뒤적이며 선대(先代)의 영화만 되씹으며 가족들의 생계는 뒷전으로 돌린 채 17대를 내려오면서 놀고먹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매우 불만이었다. 이런 조상 숭배와 양반의 비능률적 생활이 판을 치고 있었기에 다음과 같은 양반에 대한 풍자가 떠돌았다. “어느 날 양반이 죽었는데 그 영혼이 천상의 화려한 양반들 거처에 이르러 보니 양반들이 피골이 상접해 있지 않은가? 그들은 그를 보더니 제발 지상으로 돌아가 후손들에게 조상들의 기억에 매달리지 말고 현세를 인식하여 살라면서 후손들이 하도 우리를 뜯어먹고 살아서 우리 꼴이 이 모양이 되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승만이 일곱 살 되던 해까지 조선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은자(隱者)의 나라였다. 외국인 입국은 철저히 금지되었고 매년 중국과 일본에 보내는 사신 외에는 누구도 나라 밖으로 나갈수 없었다, 조선사회는 유교 교리에 철저히 얽매여 있었기에 교육은 주로 행동규범을 가르치는 지극히 단순함이었다.
집들은 작은 단층이고 대개가 초가지붕을 얹은 흙으로 벽을 두른 모습이었다. 들창은 두 개 정도, 출입구는 하나였고 방바닥은 흙으로 바른 것이었다. 밥상에는 밥과 김치가 전부였고 고기나 생선은 어쩌다 올라오는 정도였다. 가구는 작은 탁자에 옷가지와 침구를 넣어두는 정도고 아이들의 장난감은 스스로 만들어 노는 것과 매달 두 세 차례 마을에 찾아오는 광대 무리가 옛이야기와 판소리를 할때면 아이들이 주위에 주루룩 앉아 들었다. 당시 생활은 단순했지만 정서가 메마른 것은 아니었다.

■ 29세 이승만, 《독립정신》 집필까지
이 같은 가정환경과 사회에서 자라난 이승만은 10세부터 19세까지 9년 동안 도동서당에 다니며 과거 시험을 준비했다가 과거제도가 폐지되자
20세가 되던 해(1895년 4월) 어렸을 때부터 친구인 신흥우의 형 신긍우의 권유로 아펜셀러 선교사가 교장으로 있는 배재학당에 입학하여 비로소 서양문물과 신학문을 접하게 되었다. 그 뒤 부모 몰래 상투를 자르고 선각자로 거듭나게 된다.
다음해 21세 때(1896년 5월)에 배재학당에서 서재필을 만나 서양 학문을 배우면서 ‘협성회’를 조직하여 서기와 회장직을 맡으면서 나라의 어려움과 현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그해에 서재필을 중심으로 한 선각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독립신문’을 발간하는 등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22살 되던 해(1897년) 배재학당 졸업식에서는 ‘한국의 독립’이란 제목으로 유창한 영어 연설을 하여 참석했던 고관대작들과 외국사절들로부터 격찬을 받으며 그의 실력과 능력을 더한층 인정받게 되었다.
24살 되던 해(1899년)에는 독립협회가 주도한 ‘만민공동회’ 총대위원으로 있으면서 그 시대상황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과격한 연설과 연좌데모를 하며 집권 세력에 대한 거침없는 비난과 입헌군주제를 주장하여 반역죄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29세 때(1904년) 그가 갇힌 지 6년째에 접어든 때 러·일 전쟁이 발발하여 조선 땅과 그 주변을 일본과 러시아가 마음대로 유린하며 독립된 주권국가를 무색케 하는 현실을 보며,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백성들에게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우국충정과 호국정신, 그리고 애국심을 연필의 힘으로 일깨우고자 감옥에서 영어사전 번역을 하던 것을 중단하고 《독립정신》을 황급히 썼던 것이다.

■ 《독립정신》 어떤 내용을 썼나
《독립정신》은 모두가 52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10개 항목에서는 조선을 ‘폭풍을 만나 침몰하는 배’에 비유하며 국민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말했다. 그 내용은 국민 각자의 운명은 나라의 운명과 같으며 하루 속히 개방된 나라로 만들어서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백성들이 깨어나야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고 그것만이 진정한 ‘독립정신’임을 호소하며 자주와 독립의 중요성을 알렸다.
다음 13개 제목은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계몽할 목적으로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세계의 지리와 인종과 문명, 정치제도에 있어서 전제 정치, 입헌군주 정치, 민주 정치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미국의 독립 전쟁, 독립 선언, 남북전쟁, 프랑스 대혁명, 유럽 정세, 그리고 고루한 전제 정치로 인해 몰락해가는 청나라의 모습 등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를 가르치면서 우리나라가 독립을 유지하려면 낡은 제도와 관습을 탈피하여 진정한 자유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내용은 조선의 대외 관계, 조선을 둘러싸고 각축을 벌였던 개화를 완강하게 거부한 청나라, 개화에 성공한 일본, 전제정치 제도에서 후진 정치를 하고 있는 러시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외세에 대항했던 우리나라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임오군란, 갑신정변, 동학란, 민비 시해, 아관파천 등 조선의 대혼란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의 후반부는 이승만이 직접 보거나 듣고 경험한 내용들을 현실적으로 기록하고 있어서 역사적 기록으로 그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또 동양 3국(청·일·러)의 국내 정세와 국제 관계를 깊게 분석하고 있어 한 번도 외국에 가본 적이 없었던 이승만의 천재적 식견을 알 수 있었다.
본문에 이어서 독립정신 6대 강령을 말하며 세계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모두 이 강령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독립정신 실천 6개 강령’ 요약
▲ 첫째, 우리는 세계에 대해 개방해야 한다.
① 우리는 세계와 반드시 교류해야 한다.  
② 통상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③ 오늘날 통상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근본이다.  
④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우리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다. 
⑤ 외국인을 원수같이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둘째, 새로운 문물을 자신과 집안과 나라를 보전하는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과 같이 협조하여 살아야 한다. 이것만 갖고는 안 된다. 그들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외국인들로부터 무식하다는 말을 안 듣게 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국민성, 풍속, 종교, 정치 등을 대강이라도 알아야 서로 공정하게 대할 것이다. 책을 다방면으로 많이 보아야 한다. (천문학, 지리학, 물리학, 화학, 신학, 법학, 의학, 농학, 상학, 경제학, 정치학 등 전문서적) 과거를 버리고 새 문물을 받아야 한다.

▲ 셋째, 외교를 잘 해야 한다.
외교가 없으면 나라는 고립되고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는다. 편파 외교를 하지 말 것이고, 도덕적 원칙이 있어야 한다. 머리, 복장 등 외모도 외국과 같이 변화시키고 법률과 행동도 비슷해야 한다. 외교는 진실해야 한다. 신용을 잃어서도 안 된다.

▲ 넷째, 나라의 주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① 외국인들에게 치외법권을 허용한 것을 수치로 알라.  
② 각자의 책임이 있으며 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③ 우리나라 사람이나 제품들이 외국인들로부터 조롱과 수치를 받지 않아야 하며 당할 때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내야 한다.
④ 국기를 존중하자.
⑤ 외국 국적을 갖지 말아야 한다.
⑥ 외채를 빌리지 말자.
 
▲ 다섯째, 도덕적 의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① 뜻이 같은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② 공적 의무를 소중히 알라.
③ 나라를 위해 충성함에 있어 용기 있는 행동을 결심하자.
 
▲ 여섯째, 자유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① 자유를 자기 목숨처럼 여기며 남에게 의지 말아야 한다.
② 타인의 권리를 존중해 주자.
나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남의 주장도 허용해야 한다. 종이나 하인 또는 아녀자와 어린이까지 존중하라. (대접을 받으려면 대접하라 - 비슷한 성경 벧전4:9~10) 자유를 존중하는 것은 나라를 세우는 근원이 된다.

- 《풀어 쓴 독립정신》 해제, 발행인 신동설 씀

옌칭도서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독립정신》

 

무적해병신문 rokmc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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